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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이야기] 갑자기 걷지 못하는 어르신3 조회수 : 601

*환자 진료 에피소드를 재구성하였습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은 모두 허구입니다.


입원 4일째 초음파 검사실에서 어르신은 경동맥 초음파 검사와 경두개 초음파 검사 그리고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그러는 사이에 입원하면서 검사했던 혈액검사 결과들도 나왔다.

“부인, 어르신의 피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 괜찮은가요?”

“혈관은 나이가 들수록 좁아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그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요소들이 있어요.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과 같은 문제들입니다. 피 검사 결과로는 당뇨, 고지혈증의 문제가 있고, 약을 잘 써서 조절해야 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고지혈증이요? 얼마 전에 내과 이정국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약을 잘 안 안먹다 보니...”

“네, 당뇨를 오래 앓게 되면 고지혈증도 같이 생기는 경향이 생깁니다. 피 속에 기름기, 지방 성분이 많아지면 혈관이 잘 막히거든요. 피 검사에서는 콜레스테롤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수치가 높게 나와서 이제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물도 드시도록 처방해드리겠습니다. 혈당 수치는 당화혈색소(HbA1C) 검사 결과로 목표를 삼는데요. 부군님은 8.1이 나왔습니다. 이걸 6.5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콜레스테롤 수치는 저밀도지단백(LDL) 수치를 기준으로 삼는데, 지금 174인데 100 아래로 낮출려고 합니다.”

“네, 이제는 이이도 저도 잘 챙겨서 꼭 그렇게 하고 싶어요.”

부인이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네, 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약은 제가 세심하게 잘 처방해 드릴테니, 부군께서 음식과 운동 관리 잘하시도록 도와주세요.”

증상이 없던 사람이 뇌경색과 같은 병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것을 1차 예방, 뇌경색 환자가 다시 뇌경색이 생기는 것을 막는 것을 2차 예방이라고 한다. 뇌경색 환자의 2차 예방을 위해서는 혈관을 막을 수 있는 위험 요인들을 찾기 위해 검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약물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 뇌혈관을 막을 수 있는 위험 요인에는 크게 동맥 경화와 색전증, 두 가지가 있다.

혈관 자체에 찌꺼기가 쌓이는 동맥경화로 인해서 막히는 경우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이 주요 원인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젊고 특별한 증상이 없는 분들도 매년 건강검진을 통해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도록 하고, 건강한 식사 습관과 운동 습관을 유지해서 정상 체중을 유지하며 담배도 반드시 끊도록 당부한다. 뇌경색 환자들은 생활 습관 교정과 약물치료를 통해서 동맥 경화의 주요 원인을 관리해야하는 한편, 피를 덜 굳게 하는 아스피린과 같은 항 혈소판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아스피린의 단점을 보완하고 다른 장점이 있는 항 혈소판 약물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신경과 의사와 뇌경색 환자에게는 좀 더 맞춤형의 약물 치료 기회가 생긴 것이다.

다음은 심장과 경동맥에 이미 형성된 피딱지(혈전)가 떨어져 나와 혈류를 타고 흘러가서 뇌혈관을 막는 색전증의 경우이다. 심방세동이나 심근경색 등으로 심장 안에 혈액이 머무르는 공간인 심방의 압력이 낮아지면 피가 굳어 혈전이 형성된다. 뇌로 가는 혈류는 심장에서 대동맥, 총경동맥을 지나 안쪽 경동맥으로 갈라져서 들어가게 되는데, 이 갈라지는 부위는 혈전이 잘 생길 수 있는 위치이다. 이렇게 심장과 경동맥에서 만들어지는 혈전은 혈소판의 활성화에 비해 혈액응고인자들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동맥 경화에서 항 혈소판 약물을 쓴 것과 달리, 항 응고 약물을 써야 한다. 항 응고 약물도 과거에는 헤파린과 와파린 정도 밖에 없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항 응고 약물이 만들어져서 치료가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해 지고 있다.

“어르신께서는 심장 초음파와 경동맥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은 없었어요. 그런데 경두개 초음파 검사에서 이번에 뇌경색이 온 부위를 먹여 살리는 혈관이 좁아져 있는 소견이 있습니다. MRI 혈관 검사에서도 좁아져 있는 부분이었는데, 다시 확인된 겁니다. 부군께서는 당뇨와 흡연으로 동맥 경화가 진행되어서 뇌경색이 온 것이라 거기에 맞는 항 혈소판 약물 치료를 계속 해드리겠습니다.”

나는 환자의 부인께 초음파 검사 결과를 설명드렸다.

“어르신, 생각했던 것 보다 초음파 검사 결과가 좋아요. 앞으로 잘 치료하시면 더 좋아지실 것 같아요.”

“그래요? 허허.”

초음파 검사 베드에 누워있는 환자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처음 뵈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무관심하고 무표정한 얼굴이었는데, 나는 전두엽 기능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네, 이제부터는 더 좋아지시도록 물리 치료, 운동 치료, 작업 치료를 시작할 꺼에요. 힘드셔도 잘 따라와 주셔야 해요.”

“네, 그럴게요.”

어르신의 대답에 우리 뇌의 전두엽이 만들어주는 의지를 확인하고, 나는 그 경이로움을 느꼈다. 마치 높은 산에 올라가서 산 아래에 있을 때는 알지 못했던 풍경을 보고 놀라워 하는 느낌과 비슷했다.


경두개 초음파 검사. 사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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