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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이야기] 미래에도 의사로 살아남기1 조회수 : 576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의 원격의료는 의사들의 반대 뿐 아니라, 원격의료는 의료민영화와 다름 아니라는 진보 시민 진영의 반대 논리로 오랫동안 자리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한시적으로나마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었고, 환자 수가 급감한 의료기관 중 일부는 비대면 진료를 활용하고 있다. 의사가 멀리 떨어져있는 환자의 정보를 전화로 얻어서 진료하는 행위 자체는 대면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로 부실한 의료행위가 늘어나진 않을지, 가뜩이나 망가진 의료전달체계가 더 무너지는 계기가 되진 않을지 의사들은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비대면 진료에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게 되면, 이전에는 불가능하거나 한정적이었던 의료기관의 외부에서 의료 관련 정보가 수집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발전된 IT기기를 이용하게 됨으로써 더욱 쉽고 빠르게 모여지는 방대한 양의 환자 정보들은 인공지능의 고도화를 앞당겨 의사들이 기존에 하던 작업의 많은 부분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의사들은 가지고 있다.

 과거에 증기, 석유, 전기를 이용한 기계가 발달함에 따라 인간의 근력을 이용했던 작업들이 기계로 대체되면서 많은 직업들이 없어졌던 것처럼, 오늘날 많은 지식 기반의 직업들이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라질 상황에 처해있다. 이는 의사도 예외가 아니라서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는 의사들 중 많은 수가 비교적 간단하고 어렵지 않은 의료행위를 하는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고, 보다 정밀한 인공지능 알고리듬의 구현을 위해 머신러닝에 필요한 변수들을 정리해서 입력해주는 역할에 머무르게될 수도 있다. 

 어쩌면 안타깝게도,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층, 낮은 사회경제적 위치의 사람들은, 기계보다 '휴먼human 의사'가 직접 진료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클지도 모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인공지능 미래의료의 혜택이 미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렇게 휴먼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밖에 없는 환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의사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서로 경쟁하며 그들의 1차 의료기관 경영은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디스토피아적 상상이 현실이 될 정도로 강한 인공지능이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허들을 넘어야 하기에 시간이 걸린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동시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 행동과, 휴먼 의사들이 어떻게 아픈 사람들을 보고, 생각하고, 치료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의료적인 영역을 망라하는 '날 것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

 이 '날 것의' 정보는 당연하게도 우리 각자의 민감한 개인의료정보이며, 개인 인권이 국가 또는 기업에게 침범당하지 않게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인데, 이렇게 소중한 우리의 개인 정보들은 이미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인터넷을 통해 모여지고 관리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모여진 정보들로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을 파악하고 예측하며, 심지어 물건과 용역을 팔고 특정 생각을 강화하는 알고리듬을 만들기 위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인재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런 흐름을 막도록 거대 정부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강력한 법적 규제를 주문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서구권이나 대한민국에서는 잠시 주춤할 수 있겠지만, 무소불위의 권한과 높은 기술력을 가진 중국과 같은 나라들은 자신들의 국력을 키우기 위해, 개인 정보 보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완성될 5G 통신망과 VR가상현실이 접목되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모든 행위들은 대면 행위들과 같이 자연스러워지고, 그만큼 우리의 개인 정보들은 훨씬 더 효율적으로 수집될 수 있을 것이다.

 정보의 수집과 인공지능의 발달이 서로를 자극하고 점점 더 빠르게 발달하면서 우리가 마주하게 될 '특이점'은 언제쯤 오게될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의사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10여년은 남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고 소망이다. 그래서 그 주어진 시간동안 의사들은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절실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사물인터넷, 5G, VR 등 화려하고 신기한 기술들로 현혹되지만, 대한민국에서 논란이 되는 원격의료에 있어서의 본질은 이런 기술들로 얻어진 양질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한 인공지능 의료 알고리듬의 구현이 핵심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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