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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과 의료 이야기] 뇌 예비력과 인지 예비력(brain reserve and cognitive reserve) 조회수 : 1363

타임지에 실린 수녀 연구


1980년대 미국에서 시행된 Snowdon의 수녀 연구(the Nun Study)에서는 678명의 수녀들이 자발적으로 사후 자신의 뇌를 기증하였는데, 101세까지 생존하였던 '메리' 수녀의 뇌는 많은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메리 수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우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가진 분이셨지만, 부검을 해봤더니 대뇌에서 전형적인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소견인 신경섬유매듭(neurofibrillary tangle)과 노인판(senile plague)이 다량으로 발견된 것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질병이나 상해로 인한 뇌의 손상 정도가 임상 증상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뇌의 크기, 뉴런 시냅스의 수, 가지돌기의 분지 형성 정도와 같은 하드웨어적인 측면을 강조한 '뇌 예비력(brain reserve)'이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는 뇌의 병리적 변화에 얼마나 잘 대응하는가를 따지는 '인지 예비력'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히 말하면, '뇌의 맷집'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Barnett 등에 따르면, 장기간에 걸친 교육, 운동을 포함한 신체적 활동, 정신사회적 활동 등 다양한 요인이 인지예비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단기적인 노력에 의해서도 뇌의 변화를 가져오는 뇌의 가소성(plasticity)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만, 자궁에서 시작되어 일생에 걸쳐 지속되는 환경적인 요인들 만큼 중요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가 수녀님들 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인지 예비력을 증가 시킬 수 있는 요인들을 알고 지금부터 적용해나가면 알츠하이머병과 같이 치매를 일으키는 질환에서 증상의 발현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생활습관 요소들은 정량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없고, 수많은 변수들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생활습관이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해를 끼치는지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여러 실험적 근거, 제한된 코호트 연구 자료를 토대로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1. 운동 (exercise)

2. 균형잡힌 식단 (well-balanced diet)

3. 인지 활동 (cognitive activity)

4. 사회, 레저 활동 (social and leisure activity)

5. 마음챙김 (mindfulness)

6. 안정적인 감정과 좋은 수면 (stable affect and good sleep)

이었으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1. 의학적으로 취약한 상태 (poor medical conditions)

2. 흡연과 음주 (smoking and alcohol)

3. 취약한 영양과 비만 (poor nutrition and obesity)

4. 앉아있는 생활습관 (sedentary lifestyle)

5. 스트레스, 우울, 불면 (stress, depression and insomnia)

6. 외상성 뇌 손상 (traumatic brain injury)

이라고 한다. 

치매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은 그 증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조직학적, 병리적 특징이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그런 변화는 우리가 백프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수녀 연구의 메리 수녀님 처럼 미리미리 우리의 건강, '인지 예비력'을 잘 챙겨둔다면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최대한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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