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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이야기] 갑자기 걷지 못하는 어르신4 조회수 : 856

*환자 진료 에피소드를 재구성하였습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은 모두 허구입니다.


다음날인 입원 5일째까지 박대원 환자는 더 이상 마비 등의 증상이 악화되지 않았고, 무관심·무감정의 상태가 다소 나아지는 양상이었다. 오른쪽 다리 힘도 조금 좋아졌고 근육의 긴장도가 입원 첫날에 비해 올라가 있었다.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등 뇌에 병이 생기거나 척수 손상과 같이 중추신경이 손상을 받아서 생긴 마비는 경직(spasticity)이라는 현상이 동반해서 나타난다. 경직은 마비된 근육의 긴장도가 올라가는 것을 일컫는데,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동시에 존재한다.

근육의 경직으로 팽팽해진 다리 근육이 환자가 섰을 때 자신의 체중을 견딜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 외에도 마비된 팔, 다리가 축 늘어져 있다 보면 근육이 위축될 수도 있고, 뼈의 밀도가 감소하거나 심부 정맥에 혈전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막아주어 환자의 운동 기능을 유지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경직은 어쩌면 중추신경손상의 보상 기전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직의 정도가 너무 심해지면, 운동 기능과 관절 운동의 범위를 감소시킬 수 있다. 그리고 관절 운동을 통해 경직을 해소시켜주지 않은 채 더 많은 시간이 지나게 되면, 관절의 변형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뇌경색으로 발생한 마비는 근력의 회복도 중요하지만, 경직의 정도를 감소시켜, 경직의 부정적인 측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직의 정도에 따라 그 치료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적절한 물리치료와 운동치료이다. 근육을 이완시켜 그 길이가 늘어나도록 물리치료와 관절범위운동을 함으로써, 근육의 단축 및 관절 구축을 막아주고 높아진 근육 반사를 감소시킬 수 있다. 경직이 너무 심하다면 20분 이상 근육을 냉각시키는 냉요법이나, 석고 붕대를 사용하여 지속적인 석고 고정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물리치료 외에도, 근육의 경직을 줄여준다고 알려진 근 이완 약물을 시도해볼 수 있고, 경직된 근육이나 척수를 싸고 있는 막 안쪽에 보톡스나 바클로펜과 같은 약물을 직접 주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약물 치료 및 주사 치료는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므로, 꼭 담당 의사와 충분한 논의 이후 결정해야 한다.

 박대원 환자의 물리 치료는 병실 침상에서 시작하였다. 나는 물리치료사와 함께 환자를 찾았다.

 “어르신, 오늘부터는 힘없는 오른쪽 다리에 물리 치료를 시작할 꺼에요. 먼저 침대에서 자세를 배우고, 우리 물리치료사의 도움에 따라 관절운동을 하실 껍니다. 그리고 찌릿찌릿한 물리치료기기를 다리에 부착해서 다리의 감각을 최대한 살려볼게요. 어르신께서도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의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임해주시면 더 빨리 좋아지실 껍니다.”

“네, 열심히 할게요.”

“여보, 처음에는 당신이 말도 제대로 못하고 너무 힘도 없었는데 벌써 이렇게 운동도 시작하니까 얼마나 좋아요. 열심히 치료받고 좋아져서 얼른 집으로 가요.”

부인께서는 벌써 5일 째 밤낮으로 남편을 간병하느라 잘 씻지도 못하고, 좁은 보호자 침대에서 불편하게 잠을 자서 많이 피곤하셨을 것이다. 그래도 밝은 표정으로 남편을 응원해 주었다.

 “네, 어르신도 잘 하셨지만, 사모님께서도 정말 잘 도와주셔서, 어르신이 생각보다 빨리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 편안하게 생각하시고,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실 수 있도록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인의 헌신에 감명한 나는 진심으로 환자와 부인을 격려해 드렸고, 물리치료사 최선생에게 다시 한번 주의 사항을 당부하고 병실을 나왔다.

입원 6일 째는 토요일이었다. 주5일제가 정착된지 오래지만, 대부분의 병원들은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토요일에도 진료를 한다. 오늘은 박대원 환자를 재활치료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매트에서 구르기, 앉아 있기 연습을 한 어르신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땀을 많이 흘리셨네요. 힘들진 않으세요?”

“어서 좋아져서 집으로 가고 싶어요.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니 재밌습니다. 허허.”

“네 훌륭하십니다. 더 좋아 지실 껍니다.”

 다음 운동은 평행봉에서 양손을 잡고 서 있는 훈련이었다. 약해진 우측 다리가 체중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인데, 예상 외로 힘이 꽤 좋았다.

“어르신, 제가 뒤에서 넘어지지 않게 도와드릴 테니 평행봉을 잡고 몇 걸음만 나가보겠어요?”

어르신이 왼쪽 발부터 바닥에서 떼어 보았다. 성공이었다. 그런데 오른쪽 발은 바닥에서 잘 떨어지지 않았다.

 “에구, 잘 떨어지지 않네. 끙...”

“아직 다리를 펴는 힘에 비해서 굽히는 힘이 약해서 그럽니다. 힘이 좋아지는 순서는, 몸에서 가까운 고관절과 무릎 관절부터 좋아지고 몸에서 먼 발목 관절은 좀 늦게 좋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도 오늘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충분히 휴식을 취하시고, 월요일 다시 연습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쉬셔야 근력도 더 좋아지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시지 마시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세요.”

 이렇게 좋아지고 있는 환자를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최선생에게 수고해줘서 환자가 많이 좋아졌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다음 주에는 어르신이 조금 더 잘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업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환자는 도구를 직접 보거나 만져서 사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말로 듣고 하는, 즉 언어로 인지된 도구 사용은 아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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