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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이야기] 미래에도 의사로 살아남기5 조회수 : 560

2020년 TvN에서 방영한 인기 의학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이전 의학 드라마와는 다른 얘기를 풀어나간다. 어떤 어려운 수술이라도 완벽하게 해내는 비현실적인 의사 혹은 야망있는 대학 병원 의사들의 첨예한 권력 다툼같은 진중한 이야기 대신에, 특별한 공감 능력을 가진 5명의 의사 주인공들이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는 일상이 그려진다. 대학 입학동기인 5명의 주인공 의사들은 고통받는 환자들과 같이 아파하고, 이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잃지 안도록 격려하고, 안좋은 결과가 있거나 자신들이 실수한 것이 있을 때에는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를 한다. 환자와 보호자들도 이런 의사들의 진심을 이해하고 있으며, 자신의 의사에게 믿음을 가지고 치료와 회복에 최선을 다한다. 비록 원치 않았던 결과에 맞닥뜨린다 하더라도 치료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의사가 환자와 감정을 교류하는 것, 즉 의사의 공감능력은 진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공감(empahty)은 단순히 환자의 고통을 같이 느끼는 동정(sympathy)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그를 도와줄 수 있을지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이입하는 성숙한 정서적 반응을 일컫는다. 이런 공감 능력을 가진 의사는 환자의 입장에서 성실하고 신뢰감을 주는 태도로 진료에 임하게 된다. 환자 또한 이런 의사에게 믿음을 가지고 보다 능동적으로 건강을 되찾기 위해 행동하고 생활습관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의사국가고시에는 2014년 진료수행시험(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 CPX)가 도입되어 '자상하고 편안하며 친근감이 느껴졌다', ' 충분히 들어주었다', ' 질병 이외에 나의 삶 자체에도 관심을 갖고 격려해 주었다', '대화의 분위기를 잘 조성하였다', ' 인격적이고 예의 바르며 나를 존중해 주었다', '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잘 해주었다', '의사다움이 느껴졌다' 등 환자-의사 관계(patient-physician interaction, PPI) 항목을 평가하고 있다. 이 결과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감정지능검사와 한국판 제퍼슨 공감 척도(JSE-S-K)의 정서적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들의 PPI항목이 좋은 점수를 받아, 공감 능력이 좋을 수록 긍정적인 환자-의사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의사의 공감 능력은 1차의료기관의 환자 경험, 환자들의 만족도 및 순응도 등과 같은 의료의 질을 높이고, 당뇨 환자의 치료 결과를 향상시킨다는 사실이 다수의 연구를 통해 알려지면서, 최근 국내외 의학계에서는 '좋은 의사'가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으로 공감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 세계의 의과대학에서 예비 의사들의 공감 능력 향상은 주요 목표가 되었으며, 이를 증진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의학 교육계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기대하는 의사의 공감능력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승리했던 2016년에 IBM의 최고경영자 지니 로메티는 인공지능이 발전하게 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데, 이를 '블루칼라(blue collar 육체 노동직)'도, '화이트칼라(white collor 전문 사무직)'도 아닌 '뉴칼라(new collar)'라고 명명하였다. 뉴칼라들은 노동력이 아닌 데이터 중심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연구, 개발하게 될 것이며, 앞으로는 전통 교육 방식을 대신하여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를 통합적으로 유연하게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 다룬 책<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에서는 뉴칼라의 조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기술이 바꿀 미래를 내다보는가?

2.디지털 리터러시가 있는가?

3.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4.끊임없이 변화하는가?

5.손잡고 일하는 법을 아는가?

표지 :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나도 대한민국의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지만, 경직된 의료 관련 법과 제도, 병원의 빡빡한 경영 상황을 뒤로 하고 위와 같은 조건을 나에게 대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2020년 의사 파업의 홍보 포스터에 나왔던 '전교 1등'을 강조하는 표어는 '직관'과 '공감'을 요구하는 지금 시대와 전혀 맞지 않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생명에 대한 경외심으로 힘든 흉부외과의사의 길을 선택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김준완 교수를 떠올리게 하는,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가 훨씬 더 많은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지방의 병원에는 왜 의사들이 부족한지, 내외산소라고 부르는 생명을 다루는 과들이 왜 기피대상이 됐는지, 소명과 사명이라는 의사의 덕목이 왜 이제 바보같은 헛된 꿈이 됐는지 문제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해법이 아닌, 국민을,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진짜 해법을 찾고자 합니다."


"자두만한 심장이 이렇게 힘차게 뛸 줄 몰랐습니다. 멈췄던 애기 심장을 교수님이 다시 뛰게 하셨어요.. 교수님, 저 흉부외과 가겠습니다." (캡처 : 슬기로운 의사생활 3화)

지금까지 미래에도 의사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2가지, '직관'과 '공감'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대한민국 의료의 장단점에 대해 더 얘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주제에서 너무 동떨어지게 될 것 같아 본문에는 최소한 내용만 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헌신을 아끼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의사들은 거대하고 빠른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미래에도 우리 의사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현재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것과 아직 할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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